강수연을 보내며.. <청춘스케치>의 추억
사춘기 시절에 본 청춘영화
<철수와 미미의 청춘 스케치>는 1986년에 이규형 감독이 제작한 청춘 로맨스 영화로서 당시 청춘스타의 대표 격인 박중훈과 강수연이 주연을 맡아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나도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극장에 가서 이 영화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 작품은 이규형 감독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규형감독은 감독 이전에 소설가와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했었는데 자신이 쓴 소설이 호응을 얻게 되자 내친김에 본인이 직접 감독을 하고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다행히도 이 작품은 당시엔 꽤나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찾아보니 서울 관객 26만 명을 동원했다고 하니 나쁘지 않은 흥행이라고 하겠다.
이규형 감독은 그 이후에도 <어른들은 몰라요> 나 <굿모닝 대통령> 등 꾸준히 신세대의 개성 있는 문화를 스크린에 담는 시도를 해왔지만
이 작품 이후에 그렇게 큰 히트작을 내지는 못한 것 같다.
이규형 감독은 지난 2020년 63세의 이른 나이에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신세대의 개성과 사랑을 담은 하이틴물
철수와 미미의 청춘스케치는 전형적인 하이틴 물이다.
대학생 남녀 커플인 철수(박중훈)와 미미(강수연)가 캠퍼스 생활에서 겪는 사랑과 우정과 갈등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순수하면서도 코믹적인 요소도 많이 가미하여 담는가 하면 눈시울을 촉촉하게 하는 사건도 들어 있어서 여러 방면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기억된다.
오랜 시간 후에 <엽기적인 그녀>를 보고 나서
나는 엽기적인 그녀의 캐릭터가 이 청춘스케치에서의 미미 캐릭터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두 작품 사이에는 십수년의 간극이 있으니 눈으로 보이는 것은 다를 수 있으나
거침없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사회에 발을 내딛는 현대 여성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두 여성 캐릭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선한 감흥을 주는 것 같다.
사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 중 인지도가 있었던 배우는 강수연밖에는 없었다.
박중훈 씨도 갓 데뷔한 신인이었고 친구로 등장하는 김세준 씨 또한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니..
친구로 등장하는 최양락씨의 젊은 시절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는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노래가 삽입되어 있다.
바로 김창완씨가 불렀던 <안녕>이라는 노래와 <그대 떠나는 날엔 비가 오는가>이다.
<안녕>은 극 중에서 보물섬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김세준 씨가 불치의 병에 걸려 마지막으로 함께 간 엠티장에서 기타를 치면서 직접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이후에 끝내 세상을 떠나고 나서 그의 장례터로 가는 길에 비가 나리면서 <그대 떠나는 날엔 비가 오는가>가 흘러나왔다.
김창완 씨의 잔잔하면서도 애잔한 목소리와 친구와 작별하는 애틋한 노래 가사가 당시의 어린 나에게도 크게 울컥한 마음을 불러일으켰었나 보다.
66년생이니 86년의 강수연 씨는 갓 스무 살의 리즈시절을 막 맞이하는 시기의 여배우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너무도 티브이에서 많이 보아 왔던 그녀였기에
나에게 강수연은 조용필이나 송해, 강부자 등과 같은 급의 연예인의 기준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이제 보니 나이가 몇 살 차이 나이도 않는데 말이다.
아무튼 너무도 급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월드스타 강수연의 소식에
무척 황망한 심정인 것은 나만의 감정은 아닐 것 같다.
부디 하늘에서 영원히 별로 남아서 반짝여주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