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학원 사용 설명서 - 자기주도적인 학원수강
학원, 우리 가정의 1순위가 되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학원은 대한민국 교육에서는 학교와 동급, 아니 학교 이상의 정식 교육과정으로 인식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사교육비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도 이전부터 시작해서 아이가 성인이 되고 그 이후에까지 계속 가정경제의 주요 지출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연 학원은 꼭 필요한 곳인가? 그렇다면 학원은 어떻게 이용해야 현명한 학습자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학생에게 학원이란...?
학원은 과연 어떤 곳일까? 학원은 어떤 종류의 지식과 기술을 전달해 주고 배우는 곳이다. 아이들이 피아노 학원에 가서 피아노를 배우고 태권도장에서는 태극 1장을 배웠듯이 말이다.
세상에는 실로 다양한 종류의 학원이 있다. 예체능뿐만 아니라 취미 활동, 직업적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전문적인 학원들도 많이 존재한다. 자기계발을 위해 내가 가지지 못한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유용한 장소인 학원이 이토록 많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 10대 청소년들에게 학원이란 오로지 국, 영, 수.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을 가르치는 곳으로만 규정된다.
우리가 교과에 대해 1차적인 지식 습득을 하는 곳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학교다. 애초에 학교라는 것은 만들 때부터 교과목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학생들이 배우도록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정상적인’ 학생이라면 교과 과정에 대한 습득은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교과 내용을 배우는 학원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가? 학교에서의 그 ‘정상적인’ 지식과 기술의 습득 과정을 겪고도 배운 내용을 잘 이해 못 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는 학생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보조 수단인 것이다.
이삼십 년 전만 해도 소위 속셈 학원이라고 불리는 교과목 학원에 다니는 것은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일이 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학교에서 배운 공부를 또 학원이나 과외로 배운다는 것은 그 학생이 ‘정상적이지 못한’ 즉, 공부를 무척 못한다는 말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외 선생님은 몰래 남의 눈을 피해 집으로 방문했고, 학원에 가는 학생도 남에게 말을 하지도 못하고 다른 핑계를 대면서 학원을 가곤 했다. 그 학생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어휴, 내가 빨리 모르는 걸 배워서 이놈의 학원 관둬야지. 원 X팔려서......” 이런 심정이었으리라.
학원이라는 곳의 본래 목적을 살펴본다면 이런 마음가짐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물론 학교에서의 교과 내용 외에 더 깊고 어려운 내용을 배우기 위한 학원들도 많이 있다. 학원 선생님이나 종사자들의 문제도 아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학원 수강생인 우리 아이들과 그 학원비를 결제하는 학부모의 마음가짐인 것이다.
학원에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학교 성적을 올리거나 다른 학생들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남들 다 하기 때문에 나도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는 생각, 매일 규칙적으로 다니며 숙제를 하기 때문에 공부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들이 바로 학원이라는 곳을 떠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물론 그 생각은 아이들 스스로 혼자 만든 것은 아니리라. 아이들이 학원을 혼자 제 발로 걸어가서 다니지 않았듯이 분명히 이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면서 그러한 사고의 패턴이 만들어져 온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고방식을 오래도록 간직해 온 많은 학생들은 늘 공부라는 것에 매달려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학원 그만두고 혼자 한번 열심히 해보지 그래?”라는 권유에 “네, 그래볼게요” 라고 마음먹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내가 만난 학생들은 오히려 “혼자서 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수학은 너무 어려워서 혼자 할 수가 없어요.”, “성적 떨어지면 어쩌죠?”라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은 오늘도 학원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제 받아 온 많은 숙제를 미처 다 하지 못했지만, 학원에 가서 옆자리 친구와 힘을 모아서 해치운다면 뭐 걱정할 일은 없다. 오늘 또 수십 가지의 문제지가 주어지고, 외어야 할 단어들과 풀어야 할 과제가 한 다발 선사되겠지만 어쨌든 그곳에 갔다 오면 내가 할 일 중 가장 중요하고 큰일을 무리 없이 해 내게 된다. 언제까지 이 왕복을 계속할지에 대해서는 이때껏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건 내 권한이 아니라 나를 그곳으로 인도한 분의 고유 권한이니까.
떠밀려 들어갔지만 그곳에 가면 안식을 느낀다. 가기 싫다는 마음이 항상 있지만 가지 않겠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 그곳, 그래서 10대들은 오늘도 학원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불편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과연 이곳은 10대들의 불편한 안식처인가?
학원주도형 수강 VS 자기주도형 수강
많은 부모님들은 숙제를 많이 내주고, 보충을 자주 많이 해주고, 엄하고 빡세게 돌리는 학원을 선호한다. 그냥 두면 아이 혼자 알아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원에 ‘다닌다’. 말 그대로 왔다 갔다 다니기를 반복하지만, 사실 실속은 없는 수강생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학원은 어떠할까? 이렇게 자기 의지보다는 타율에 의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많다 보니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어주기 위해 더욱더 강한 타율을 행사하여야 한다.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학원에서 실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CCTV로 촬영한 광경을 보여준 적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숙제를 해오지 않아서 급하게 답안지를 베끼는 모습과 수업 시간에도 한두 명을 빼고는 거의 다른 짓을 하고 있는 광경이 생생히 펼쳐졌다. 한 시간 수업하는 동안 아이들의 질문은 “이거 하면 집에 보내줘요?”와 “언제 끝나요?” 이 두 가지뿐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는 부모님뿐이다. 학원 선생님들도 다 아는 사실이고 아이들은 더욱 잘 안다. 그런데도 비싼 돈을 계속 들이면서 학원이란 곳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부모가 가지고 있는 걱정스런 마음 때문이다. 그것을 잘 되기 바라는 마음과 혼동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그건 전혀 다른 차원의 심리 상태이다.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부모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불안한 마음 때문에 학원 문을 노크하게 되고, 한번 들어간 학원의 문지방은 다시 되돌아 나오기엔 너무 높은 거대한 마음의 벽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학원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이런 환경을 만들어 놓은 우리의 교육 환경과 우리의 약한 마음을 먼저 개선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학원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것인가? 말 그대로 학원은 내 공부를 보완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학원은 그저 다니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학원은 내가 나의 의지를 가지고 이용해야 하는 편의 시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엄마 아빠가 아닌 수강생의 의지에 의해 시작되어야 한다. 초등학생이 아닌 다음에야 중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학원을 가야 한다면 이는 그 시작부터 잘못된 출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학원을 다니는 목적을 분명하게 하자.
단순히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원에서 어떠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과목에 어떤 부분이 미흡한지를 찾아야 하고 아울러 그 부족함은 어디에서부터 기인했는지 또한 생각해 봐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학원이 존재하는 본래의 의미가 학교에서 배우는 학과 공부의 부족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면,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에서 무엇이 충분치 못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 수업 시간에 잘 듣지 않아서 이해하지 못하고 놓친 부분이 많다면, 그에 대한 대책은 근본적으로 학교 수업을 다시금 충실히 듣고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원인들은 무시한 채 결과만 가지고 무조건적으로 학원 수강을 하게 되면 그 이후에도 학교 수업에서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별도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하는 결과가 된다.
다음으로는 학원 수강의 처음과 끝을 정하고 시작하자.
배워야 할 부분이 분명하다면 그것을 다 배우는 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미리 정해 놓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학원,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과목 학원은 과목별 수강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 외의 다른 학원을 보라. 수영 강습을 받아도 초급/중급/고급으로 강습 기간이 정해져 있다 각종 자격시험을 대비하는 강좌도 마찬가지로 수강 기간이 정해져 있다. 수강 기간이 없다면 앞서 설정한 목표는 의미가 없다. 학원을 몇 년이나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또 다른 몇 년이라고 하여 그것을 올려줄 수 있겠는가?
보통 학교에서 한 학기 과정에 대한 수업은 길어야 4개월 정도이다. 그것도 매일 하는 것이 아니고 시험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실제로 수업 기간은 3개월 미만이다. 그것을 감안했을 때 학원에서의 수강 기간도 그보다 길 이유가 없다. 한 학기 교과 내용에 대한 보완으로 3개월 정도를 기준으로 해서 수강 기간을 정하고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정상적인’ 학교 수업을 중심으로 하는 공부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학원 다니는 것은 그리 명예로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의도했던 목표대로 학원 수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 봐야 한다.
하다보면 애초 의도대로 잘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혹시라도 계획에 비추어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은 없는지 점검해 보고 만일 조금이라도 있다면 다시금 수강 일정이나 공부 계획 등을 수정하여 새롭게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학원은 누가 가라고 해서 다니는 곳이 아니다. 내가 통제하고 계획하고 나의 학습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선택하는 지식상품이다. 학원의 소비주권은 학생에게 있다. 그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자기 주도적인 학습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