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와의 통화내용을 공개하겠다는 모 언론사의 발표이후에 이를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2021년 7월경부터 인터넷 언론매체 '서울의 소리'의 모기자가 김건희씨와 통화취재를 시작했는데, 이후 10~15차례에 걸쳐 총 7시간 정도의 통화한 내용을 녹음하여 가지고 있다.
- 기자는 이를 공중파 방송 MBC에 제공하여 이번 일요일 '스트레이트' 방송시간에 공개할 것임을 밝혔다.
- '7시간 녹취록 공개예고'가 발표되자 국민의힘 측은 이를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악의적인 공작으로 규정하고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 오늘 (14일) 법원에서는 이에 대한 심리를 통해 가처분을 인용할지 기각할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 7시간이나 되는 통화내용 안에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지는 알수가 없지만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그동안 크고 작은 많은 불법과 부정의 의혹을 받아왔고
또 아직 대선주자의 배우자로서 대중앞에서 어떤 활동도 하고 있지 않아 그 의혹과 궁금증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이슈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증폭된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두고 공개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에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과 '개인의 사생활 침해' 를 타이틀로 하여 격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어떤 것들이 주된 쟁점인지 한편 개인적인 고찰을 해보도록 하겠다.
1. 김건희씨의 통화를 녹음한 것은 '사적인 대화'를 녹음한 것인가?
먼저 공적인 대화와 사적인 대화라는 구분은 원래부터 명확하지 않다.
공인과 일반인이라는 관점에 비추어 대선주자의 배우자인 김건희씨는 어느정도 공적인 위치를 가진 공인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공인이 하는 모든 말이 다 공적인 대화나 행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추측하자면 기자가 먼저 취재요청의 전화를 하였을 것이고, 김건희씨는 통화가 녹음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가능성이 더 크긴 하다. (그러나 명확하진 않다.) 보통 기자와 통화하면 녹음된다는 것정도는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화는 한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아마도 처음 통화에서는 형식적인 대화만 나누다가 어떤 사정으로 인해서 기자와 계속 통화를 할만한 인적관계가 형성되었기에 이후에도 수차례 통화가 가능하였으리라 추측된다.
서울의 소리는 대표적인 친여권 진보 매체라는 것 또한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상대편 후보의 배우자가 반대진영의 매체 기자에게 그렇게 여러차례에 걸쳐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사실 좀 이상하다.
어떤 기사에 따르면, 취재기자는 김건희씨에게 그가 관련된 다른 사건에 대하여 김건희씨 측의 입장을 옹호하는 쪽의 기사를 써준다는 식으로 접근하였다고도 하고, 그러한 기화로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지 않으리라는 신뢰가 생겨서 이후에도 통화가 계속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거나 공적이건 사적이건 간에 그것을 기준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한 개인의 상당한 분량의 대화내용' 자체를 공인이라는 이유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하여는 의문이다.
2. 통화내용이 취재를 위한 것이고, 이 내용이 차후에 기사 또는 공개될 것임을 김건희씨가 알고 있었는가?
기자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취재한다는 것이고, 취재 이후에는 보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예상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십수차례에 걸쳐 오랜시간동안 주고받은 그 많은 대화들 전체를 그 대상으로 하였는지는 약간 다른 문제라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그 대화들 중에서 어떤 주제나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부분은 제가 이런 입장으로 정리해서 보도해도 되겠죠?" 또는 그런 양해가 이루어진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양측 다 취재에 동의하고 보도에도 동의한 인터뷰내용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7시간이 넘는 시간동안의 모든 대화가 다 그런 종류의 대화라고는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에 취재기자가 인터뷰 자체는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해서로 한정해 놓고 그 외의 사적인 사담이나 한담 등은 그냥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곁가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통 우리들의 대화는 그렇게 이루어진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면 김건희씨는 '아니 무슨 이런것까지 다 보도하라고 한 건 아닌데!' 라고 억울해 할수도 있을 것이다.
3. 취재기자는 짜여진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이 일을 진행하였는가?
취재는 긴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보통의 인터뷰는 한두차례 한 이후에는 바로 보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7월부터 연말까지 거의 6개월간이나 십수차례에 걸쳐 대화를 하였지만 그에 대한 보도는 그동안에는 나온것이 없다면, 언제 보도가 될 것인지에 대해 기자와 김건희씨 간에 양해가 되어있지 않으면 벌어지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리고 대선이 50여일 남은 이 시점에 그것도 공개를 하겠다는 예고를 먼저 하여 국민적인 관심을 모아놓은 후에 터뜨리는 방식은 기자가 충분히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소위 함정취재, 기획취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이것은 상대방을 기망하고 속여서 피해를 입게 만드는 고의가 있는 것이라서 국민의 알권리와는 별개로 개인의 법익이 침해되는 피해가 있는 일이 된다.
4. 왜 바로 공개하지 않고 공개예고를 하였는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면 언론에서는 바로 보도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엔 며칠전에 '일요일에 7시간 분량 녹취록을 공개하겠다' 라는 예고를 먼저 발표했다.
이것이 상당히 이례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안에 깔린 저의를 짐작케 하는 대목인데,
결과적으로 그 예고때문에 요 며칠간 계속 녹취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각종 언론들은 또다른 기사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언론과 주변에서는 추측성 '지라시' 정보들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눈덩이 불어나듯 퍼지고 있다.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물론 예고를 했기 때문에 남은 시간안에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는 방어의 수가 생기긴 했지만,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이것은 MBC의 일요일 방송에 대한 방송금지이기 때문에
다른 언론사에서 보도하는 것은 막을수 없다.
실제로 서울의 소리측에서는 "MBC에서 방송을 못하게 되면 자신들이 직접 유튜브에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소스를 가지고 있는 언론측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고를 통해 관심과 이슈를 집중시키는 이른바 "예열기간"을 만든 것은 단순히 보도내용에 대한 관심을 올리는 목적뿐 아니라,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와 대선정국에 타격을 더욱 크고 효과적으로 주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과연 기자가 이러한 정치적인 전략으로 기획취재를 하여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온당한 일인가?
5. 이에 대해서 어떠한 법적 책임이 문제될 수 있을까?
사실 명확하게 드러나는 불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문제에 가깝기 때문에 양측의 논쟁이 뜨거운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알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거대한 가치임에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 것이 헌법의 이념이기도 하다.
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면 기자에 대해 명예훼손죄를 물을 수 있겠지만, 사실 정치판에서 명예훼손 정도의 고소는 늘상 있는 일이 아니던가.
기자의 행위가 악의를 가지고 취재윤리에 반하였다고 해도 마땅한 법적인 제재가 아닌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정도가 대부분일테고, 정작 언론사나 방송사에는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결국 이모저모 따져봐도 손해보는 쪽은 윤석열 후보 측이 될 것 같다.
나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김건희씨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김건희씨의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김건희씨와 그 어머니가 행한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의혹들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과는 별개로
한 사람에게 호의적으로 접근해서
대화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이를 지속시키고 반복 유지하면서
얻게 된 여러가지 정보들과
또한 취재와 무관한 다른 사적 영역의 정보와 이야기들까지도
모두 나중에 싸잡아서 숨겨놓고
"이젠 됐다. 이제껏 대화해서 즐거웠어요~ 바이바이"하고
티비에 내보내겠다고 예고를 한다는 것은
그냥 그 자체로 너무 악의적이고 기만적인 행동이다.
나쁜 마음으로 행한 일은
나쁜 짓일 뿐이다.
공익이니 알권리니 하는 것은
좋은 마음으로 행하는 행동에 수반되어야 그 가치와 명분이 살아나는 말들이다.
아무튼
가처분신청이 어떻게 결과가 나는지를 기다려 보겠지만
개인적인 전망은
그 녹취록 내용은 결국 어떤식으로든 알려지겠지만
그 안에 천지개벽할 만한 대단한 것이 들어있는 게 아니라면
이 사건은 결국은
언론과 기자측에 비난이 돌아가고
윤후보와 김건희씨 측에 동정여론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