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법 중 제 2관인 [매매의 효력] 부분은
매매시에 정상적으로 발생하여야 하는 계약의 효력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는 경우들에 대해 규정해 놓은 부분이다.
그중 앞부부은 '타인 권리의 매매' 에 대한 규정들이다.
먼저 매매의 기본 원칙은 이러하다.
"판 사람은 산 사람에게 그 목적물을 이전해줘야 하고 사는 사람은 돈을 내야 한다. "
제 568조 (매매의 효력)
(1)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를 이전하여야 하며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그 대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2) 전항의 쌍방의무는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동시에 이행하여야 한다.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이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원칙을 전제로 하고 다른 경우들을 나열하는 식으로 적어놓았다.
자, 그럼 어떤 경우가 있을까?
먼저 내 물건이(현재) 아닌데도 남에게 팔아넘긴 경우이다. 상식적으로는 사기친게 아니냐 할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내 물건이 아니지만 내가 구해서 갖다줄 수 있으면 되는일이다.
온라인에서 위탁구매대행 하는 사람들이 이런경우이다.
소비자는 구매대행 사이트에 있는 물건을 구매하면, 그 사이트의 주인 즉 구매대행자는 그 물건을 당장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다른 곳을 통해 그 물건을 구매해서 소비자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다. 그럴경우에 소비자가 구매대행 사이트에다가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에 그 계약은 유효한것일까? 당근 유효하다. 많이들 사용하고 있으니.
민법에선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제569조 (타인의 권리의 매매)
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가 타인에게 속한 경우에는 매도인은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
그러니 내물건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구해서 갖다주면 그 계약은 유효한 것이고 매수자는 대금을 줘야만 한다.
하지만 만약에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구매대행의 예를 계속 들자면, 고객의 주문을 받고 결제까지 했는데 그 물건을 구하려고 보니 다 품절되어서 나도 구할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별수 없지 않은가. 고객에게 사정설명을 하고 주문 취소 하고 환불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에 고객이 주문취소를 안한다고 하고 무조건 물건을 내놓으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먼저 규정을 살펴보자.
제 570조 (매도인의 담보책임)
전조의 경우에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는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매수인이 계약당시 그 권리가 매도인에게 속하지 아니함을 안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매수인'이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구매대행자가 "손님, 죄송한데 물건이 품절되었네요. 주문 취소하겠습니다." 라고 일방적으로 취소를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소비자가 " 아, 그래요? 그럼 할수 없죠. 취소해야져 머.." 이렇게 동의해야만 계약이 해제된다는 의미이다.
더 나아가서 소비자가 그 물건을 사지 못하게 됨으로써 어떤 손해가 생기게 되었다면..? 매도인은 그 손해까지 배상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구매대행사이트> 라고 표시된 사이트에서 아,, 여긴 창고에 물건 쌓아놓고 파는게 아니라 내가 주문하면 여기 주인도 다시 다른데서 구매해와서 나에게 다시 파는 거구나.. 라는 걸 알고서 주문을 한 것이라면 사정은 약간 다르게 된다. 구매를 못하게 되어도 그로인한 손해배상까지는 물어줄 필요가 없다는 거다.
뭐 현실적으로는 이런경우에 손해를 물어줄 일이 별로 많진 않겠지만.. 원칙은 그러하다.
자, 여기까지는 파는사람(매도인)이 파는물건(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이 자기것이 아니란 걸 알고서 판 경우이다.
계약자체는 유효하지만 매도인은 어찌되었건 구해서 그 권리를 이전해줘야 할 의무가 있고,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지만 매수인이 애초에 그물건이 매도인것이 아니란걸 알고 있었다면 손해배상까지는 달란 말을 못한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다.
그런데 매도인이 이게 내물건이 아닌데도 내 물건이라고 잘못알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철수가 집에 있는 오래된 아이패드를 친구 철이에게 팔기로 했다. 이 아이패드는 원래 철수 누나 영희것인데 누나는 요즘 노트북을 주로 써서 그 아이패드는 계속 철수가 사용하고 있었고 철수는 누나가 자기에게 준 것이라고 믿고 쓰고 있었다. 그래서 철이에게 10만원에 팔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말을 누나한테 했더니 누나가 펄쩍 뛴다. 내가 언제 널 줬냐고 빌려준거지. 남의 물건을 왜 니가 맘대로 파냐고 말이다 ㅡㅡㅋ
철수는 억울하지만 철이에게 이렇게 말할수 밖에 없다.
" 야, 미안한데 아이패드 못팔겠다. 원래 누나꺼였는데 난 나 준줄 알았거든. 근데 준적 없다고 다시 뺏아갔어. 없던 일로 하자..."
철이는 득템했다고 신나하던 마당에 이렇게 취소가 되니 짜증이 난다. 민법상으로는 이런 경우엔 철수는 손해배상까지 해줘야 한다.
그런데 사실 철이는 그 아이패드가 철수께 아니라 누나 영희것이란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척하고 사려고 했다가 판이 깨진거라면..?
이런 경우에는 철수는 그냥 "야, 알고봤더니 내께 아니라 누나꺼네. 못팔겠다. 즐~" 하고 끝낼수가 있다.
제571조 (선의의 매도인의 담보책임)
(1) 매도인이 계약당시에 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가 자기에게 속하지 아니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는 매도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2) 전항의 경우에 매수인이 계약당시 그 권리가 매도인에게 속하지 아니함을 안 때에는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 권리를 이전할 수 없음을 통지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권리의 일부 / 수량부족의 매매
자, 이번엔 철수가 철이에게 땅 100평을 100만원에 팔기로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땅 100평중에 30평은 철수것이 아니라 누나 영희것이었다면 철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철수가 누나한테 그 땅 30평을 사서 철이에게 100평을 팔수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이번에도 영희는 자기땅을 미쳤다고 파냐고 안판다고 한다면,,
철이는 이렇게 할 수 있다.
"야, 그럼 100평에 100만원인데 30평 빼서 70평이니까 70만원만 줄께. 걍 70평만 팔어"
그런데 가만보니 그 땅 30평을 빼면 나머지 70평은 도로가 없어서 쓸모가 없어보이는 땅이라면 또 사정이 다르다.
철이는 또 이렇게 선택할수도 있다.
"야, 30평 빼고 나면 나머지는 쓸모가 없네. 걍 나 안살래."
게다가 철이는 이런것도 할수 있다.
"야, 이제와서 그러면 어떻해. 나 니 땅살라고 은행에 대출받아서 이자 내고 있는데, 너 그거 물어내!"
즉, 계약이 해제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도 배상하라고 할수가 있다. 단, 30평이 누나땅이었다는걸 몰랐던 경우에 가능하다.
제572조 (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한 경우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1) 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함으로 인하여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는 매수인은 그 부분의 비율로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2) 전항의 경우에 잔존한 부분이라면 매수인이 이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선의의 매수인은 계약전부를 해제할 수 있다.
(3) 선의의 매수인은 감액청구 또는 계약해제 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철수는 조금 불쌍하다. 자기 땅인줄 알고 팔려고 한 것뿐인데 계약도 깨지고 손해도 배상하라고 하니..
뭐 그래도 자기 물건 제대로 못챙긴 탓이라고 여겨야 겠지만..
그래도 조금 불쌍하니까 매수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기간을 정해주었다.
철이는 위에서 말한 감액청구나 계약해제, 손해배상 등을 평생 할 수 있는게 아니라 1년이라는 기간 안에 행사해야 한다. 이것은 무조건 1년지나면 없어지는 제척기간이다.
제573조 (전조의 권리행사의 기간)
전조의 권리는 매수인이 선의인 경우에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악의인 경우에는 계약한 날로부터 1년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여기까지 타인권리와 선의의 매도인의 담보책임, 권리일부가 타인에게 속한 경우의 매매 등 조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엔 제한물권 / 저당권 있는 경우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대해서 공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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